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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에 해피 엔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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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 혐의가 적용된 사건이었다. 고등학생이던 피고인은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알게 된 초등학생과 서로의 신체 사진을 주고받았다. 그는 사건 당시 미성년자였지만 성인이 된 뒤 입건돼 재판을 받게 된 상황이었다. 수사 단계부터 혐의를 모두 인정했고, 1심에서도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피해자 측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법정구속되었고, 항소심 단계에서 부모가 도움을 요청해 왔다.


문제는 피해자 부모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피고인 가족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워 합의금 마련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피고인의 부모는 합의금을 준비할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 수 없겠느냐고 호소했다. 그러나 구속사건은 재판 일정이 빠듯하고 속행도 넉넉히 허용되지 않기에 여유가 거의 없었다.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을 연장받는 방식으로 간신히 열흘 남짓 시간을 확보했다.


그래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기록을 검토한 뒤 피해자 대리인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대리인 1인이 300명가량의 피해자를 담당하는 실정이기에 통상 소통이 쉽지 않다. 어렵게 연락이 닿았을 때 들은 이야기는 이랬다. 1심에서 피고인 부모가 진정한 사과보다 “형편이 어렵다”는 말에 집중해 피해자 부친이 크게 분노했고, 뒤늦게 합의금으로 1000만원을 제시했지만 사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합의가 거절되었다는 설명이었다. 이후 피고인 측에서 재접촉이 없었던 점도 반감을 키운 사정이었다.


그러나 피고인 부모의 이야기는 달랐다. 1심 내내 사과의 뜻을 전하려 했으나 피해자 측이 면담을 거절해 도저히 전달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두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피해자 측이 합의의 문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지만, 제시된 금액이 부족했고 사과의 진정성을 확인하지 못해 합의를 거부했다는 점이 핵심이었다.


이후 피해자 측이 원하는 금액을 확인했지만, 피고인 가족이 준비할 수 있는 돈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월세 보증금을 빼고 부친의 퇴직금까지 모아도 부족했다. 계속 협의를 시도했으나 공판기일까지 합의는 성사되지 못했고, 재판부는 더 이상의 속행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피해자 측의 마음은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고, 선고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이틀이었다.


결국 합의서 초안까지 작성되었지만, 제출 직전 피해자의 조모가 합의에 반대하면서 모든 것이 무산됐다. 그동안의 경위와 무산된 사유를 정리한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준비했던 금액을 전액 공탁했다. 합의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진지한 피해 회복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마지막 방법이었다. 유사한 사건에서 합의 없이도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례를 함께 제출했지만, 실형 가능성은 여전히 높아 보였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건 당시 미성년자였고 성적 가치관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피해자를 강압적으로 유인한 정황도 없었던 점을 인정했다. 또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피해 회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공탁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피고인이 다시 사회로 돌아오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 가정의 상황을 알게 된 점은 마음에 숙제로 남았다. 알고 보니 피해자 쪽 부모와 조모 모두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에 놓여있었고, 오히려 그 어려움 때문에 합의가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일로 느껴져 조모가 합의를 무산시키려 한 것이었다. 형사사건에서 완전한 해피 엔딩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한 사건이었다.